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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봉샘을 아시나요

금강의 발원지

유장수 칼럼 

 

뜬봉샘은 전북자치도 장수군 장수읍 수분리 뒷산인 신무산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샘이다. 이곳은 해발 780여 m쯤 되는데,  지금은 뜬봉샘 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예전에 비해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다.

 

뜬봉샘은 그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봉황이 떠올랐다고 하니 꽤나 흥미로운 얘기가 담겨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봉황은 적어도 용과 함께 우리 민족에겐 상서로운 동물로 알려져 있거니와, 영험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긍정적 예언의 의미를 담뿍 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뜬봉샘도 이 범주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이 샘에 얽힌 이야기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기 전이니까 시대적 배경은 고려 말쯤으로 볼 수 있겠다. 이성계가 나라를 세우기 전, 전국의 명산을 순례하다가 이곳 신무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산 정상 부근에는 상이암이라는 암자가 하나 있었고, 그 앞에는 작은 샘이 있었다. 이성계는 이곳에서 샘물을 떠놓고 천지신명께 백일을 작정하고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기도를 드린 지 꼭 백 일째 되던 날, 산 정수리 부근에 있는 이 샘 옆에서 봉황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고 한다. 이것은 분명 좋은 징조로서, 새 나라를 세우라는 계시로 생각했다.

 

이성계는 결국 조선을 건국하는데 성공했고, 이에 우물에서 봉황이 떠올랐다고 해서 뜬봉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옛 전설이나 설화가 다 그렇듯 믿거나 말거나 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뜬봉샘이 금강의 발원지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금강의 도도한 물줄기가 이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신무산 정상 작은 샘에서 솟아난 물줄기는 몇 번을 계곡 따라 딩굴고, 엉키기를 반복하여 아랫마을에 다다른다. 여기서 뭇사람들의 목을 축이게 하고, 이내 텃논 논두렁을 가로질러 무논에 이르러 농사일로 쓰임을 다 마치고, 잠시 쉬었다가 자신을 한껏 낮춰 낮은 곳으로만 찾아들어 겸손을 실행한다. 더할 수 없는 낮은 곳에서 그래도 어느 정도 기세가 오른 물줄기는 진안 가막골을 스치듯 지나면서 진안군 구량천과 진안천을 만난다.

 

용담호에 이르면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한없이 비대해진 몸뚱이를 잠시 쉬며, 엄청난 세력으로 자신을 키운 후 호흡을 가다듬는다.

 

용담호 무너미를 미끄러지듯 넘쳐흐른 물줄기는 드디어 충청남도로 흘러들어 금산군과 옥천군에서 초강천, 송천천, 보청천을 만나고, 대전 신탄진에서 갑천, 연기군에서 미호천과 만나 남서쪽으로 흐른다. 공주와 부여를 지나면서 정안천, 석성천을 만난다.

 

드디어 금강 하구둑에 이르러 군산과 장항을 사이에 두고 더할 수 없는 망망한 서해로 흘러든다.

 

수미산 정상 뜬봉샘에서 처음 시작은 미미했으나 끈질긴 인내와 끈기로 이룬 창대한 결과다.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고,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이 없다. 능히 물에서 배울 수 있는 평범한 교훈이다,

 

다만, 우리가 뜬봉샘과 금강을 생각하면서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 있다.

젊은 시절, 일을 기획하여 진행할 때에는 매사 미리미리 꼼꼼하게 따져보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그러나 막히면 돌아갈 줄 아는 물의 속성에서 난관을 극복하는 현명한 지혜도 함께 배웠으면 한다,

 

 

뜬봉샘

 

신무산 정기 받아 개국의 큰 뜻 품은 기개

재(齋) 지낸 상이암(上耳庵)은 자취도 묘연한데

몇 백 년 지났어도

물기 올린 뜬봉샘 아직도 여전하다

 

구천에 닿은 뿌리 여지껏 살아있으니

어찌 몇 천 년인들 버티지 못하랴

 

내면 깊이에서 품어져 나와

계곡으로 재잘거리며 내닫는 물소리

봉황의 날갯짓 따라

꿈같은 전설

살아 숨 쉬는 소리다

 

계곡에 이는 바람

건국의 일념 담아 무지개를 펼쳤으니

그 모습 향기롭고 그윽하다

 

산꼭대기에 자리 잡아

맑디맑은 정수(淨水)

계곡으로, 마을로 넉넉하게 나누니

닿는 곳마다

나무와 풀과 곡식과 사람들 목 축여

푸른 생명 돋고

집집마다, 고샅마다

어그렁 더그렁

삶의 기쁨

신명나는 굿판 열린다

 

시작은 작지만

끊일 줄 모르는 질김과 겸손 있기에

천 년 전설 일깨우며

이 땅 삶의 애환 다 안고서

금강 천 리를 달려

서해에 이르고도

말이 없다

 

뜬봉샘

그 맑은 빛을 잃지 않고서.....